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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도서

법륜스님의 도서 "인생수업"에서 배우는 치매 이해와 간병자의 자세

by 펜과 공구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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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마음가짐

우리는 지금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백세 시대가 현실이 되고, 주변에서는 부모님, 조부모님을 간병하는 일이 점점 더 흔해졌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가장 깊이 마주하게 되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치매’입니다.
치매는 더 이상 특정한 나이대의 질병이 아니라, 누구나 언젠가는 겪을 수 있는 인생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현재는 모호해지며, 과거의 파편들이 생생한 현실처럼 되살아나 그들의 삶을 지배합니다. 이러한 치매 환자들과 함께하는 간병인들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반복되는 질문, 낯선 감정의 응어리에 지쳐갑니다.
하지만 법륜 스님의 책 『인생수업』의 한 구절은 저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였습니다. "치매는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 옛날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치매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한 인간의 기억과 무의식의 마지막 여정일 수 있습니다.

무의식의 세계, 그 속의 옛 영화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의 의식이 현실의 시간축을 떠나, 가장 깊은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륜 스님은 치매 환자가 마치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삶을 재생하는 영화관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종종 치매 환자에게 현실을 강요합니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알아요?", "이 사람은 누구인지 알겠어요?" 라는 질문으로 그들을 현실로 끌어오려 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현실은 이미 끝난 페이지입니다. 그들은 지금,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젊은 날의 풍경 속을 다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억은 곧 존재이다

치매 환자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말이나 행동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나오는 ‘신호’입니다. 어떤 이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고, 어떤 이는 군 복무 중의 부대 이름을 되뇌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그 기억은 지금 이 순간보다 훨씬 더 실감나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세계를 ‘고쳐야 할 상태’로 보기보다는 ‘함께 공존해야 할 시간’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간병인의 시선, 다시 바라보기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때로는 감정의 통제마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병이라는 행위를 단순한 ‘보살핌’이 아닌 ‘동행’으로 바라본다면, 그 무게는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정의 덩어리를 안고 사는 그들

치매 환자들이 기억을 잃어도 감정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은 기억보다 오래 남습니다. 낯선 이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가 나에게 따뜻하게 대했는지, 혹은 차갑게 소리쳤는지는 기억합니다. 감정은 무의식의 심층에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간병인의 말투, 눈빛, 행동은 치매 환자의 하루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치매와 인간 존엄의 회복

우리는 치매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비록 인지기능은 약해졌지만, 한 사람의 삶 전체는 존엄하게 기억되어야 마땅합니다. 이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였고, 아버지였으며, 사회의 일원이자 삶을 살아낸 존재들입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마지막은 따뜻하게 감싸 안겨야 합니다.

기억이 사라질 때, 사랑은 남는다

치매는 기억의 상실이지만, 사랑의 상실은 아닙니다. 그들이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그들을 기억하고 존중한다면, 그것은 인간다움의 가장 숭고한 실천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반드시 감지됩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어도, 따뜻함은 그들의 가슴에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치매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저는 치매에 대해 많은 경험을 해본 사람은 아닙니다. 직접 간병을 해본 것도 아니고, 가까운 가족 중 치매를 앓은 분도 있었지만 제가 직접 간호하며 경험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의 책을 읽으며, 그리고 주변에서 고통스럽게 간병을 이어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고단한 여정을 조금이나마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치매는 단순한 기억의 소멸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 서서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치매 환자가 치료의 대상일 수 있지만 존중받아야 할 인생의 주인공으로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그들의 몸짓 하나, 말 한 마디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정과 기억이 스며 있고, 그것이 설령 지금의 언어로 전달되지 않더라도 사랑은 반드시 느껴집니다.
법륜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치매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 영화관 옆 자리에 조용히 함께 앉아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영화 속 장면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 장면을 함께 봐주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돌봄 아닐까요?
치매를 단지 극복해야 할 병이 아닌, 함께 수용하고 공감하며 동행할 수 있는 삶의 한 형태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곁을 지키는 가족분들, 그 마음에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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